일상의 틈이 되는 어떤 순간, 장소,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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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와의 접속: 익숙한 것과 잠시 결별하기
글_박서우(배우, 음악작업자)
여기 10년을 묵언 수행한 스님이 한 분 있다. 오직 신심으로 혼잣말조차 하지 않은 채 오롯이 그 세월을 견뎌냈다. 수행을 마치고 스님은 완전히 말을 잃었다. 그의 혀는 더 이상 말을 위해 움직여주지 않았다. 영원히 침묵하게 되어버린 거다. 그 스님이 잃은 건 신심일까? 말하는 능력일까? 그래서 스님들은 아무리 묵언 수행이라 해도 계속 혀를 움직여 줘야 한다고 한다. 산속에 들어가 불경을 외우든 소리를 지르든. 오늘 주지스님과의 차담 시간에 들은 얘기를 살짝 각색해봤다.
하룻밤, 무소유라는 주제로 치뤄진 1박 2일 길상사 템플 스테이에 다녀온 길이다. 다시 찾아온 공황장애 때문에 선택하게 된 나만의 틈. 숨쉴 구멍으로 택했던 템플 스테이. 나는 나만의 처방으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택했다.
이 별세계는 몇 가지 재미난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휴대폰 반납과 묵언. 절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휴대폰을 반납하는 일이었다. 이어서 받은 명찰에는 묵언이라는 진하고 굵은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평소 말하고, 보고, 들었던 그 모든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일탈, 신선한 출발이었다. 담당 스님이 우스갯소리로 요즘 사람들은 죽을 때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죽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또 다른 규칙. 절에서 걸어다닐 때는 특정한 손 자세를 해야 한다. 왼손 손등 위에 오른손을 얹는다. 손의 위치는 단전 부분이다. 일컬어 '차수'라 한다. 차수를 하는 이유는 내가 내 몸의 호흡을 느낀다는 것, 곧 명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막상 하고 보니 내 손이 너무 따뜻했다. 내가 나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여기에 뭘 적어야 하나 심하게 망설여졌다. 굳이 하나 떠올린 건 귓가에 맴도는 조용필의 '단발머리'였다. 스님은 이 노래를 두 번 들려주며 사람은 주변 환경에 물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슬프다고 슬픈 노래를 듣거나, 고통스럽고 아픈 것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내가 행복하려면 밝고 좋은 것을 곁에 두라고. 경쾌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기 위한 참신한 설명법이었다.
뭘 대단히 많이 얻어올 거라는 기대를 안고 가진 않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걸 얻어 왔다. 그 틈에서 이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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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네와 틈틈이의 프로그램과 회원들의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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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5월 한끼모임
봄이 무르익는 5월 17일의 일요일, 틈틈이에서 밥한끼 해요. 제철요리 고수 김치님이 파릇파릇 물오른 완두콩으로 밥을 짓고, 오징어뭇국에 제철 겉절이, 가지조림을 곁들여 한상 푸짐하게 차려주십니다. 참가비 1만5천원.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일시|5월 17일 (일) 오후 12시-2시 장소|틈틈이(마포구 성미산로 7안길 20, 1층) > 신청하기
02. 틈틈이 시네마
합정 핫플 클럽에서 열리는 5월의 틈틈이시네마! 영상반 회원분이 본인의 가게에 초대해 주셨어요. 틈틈이 영상반 참가자들이 작업한 5월의 영상 편집본도 함께 리뷰하고, 레퍼런스 영화도 보고, 책도 읽어요. 참가비는 1만원. 줌마네회원은 무료입니다.
일시|5월 26일 (화) 오전10시-오후1시
장소|마카로니펑키클럽(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32) >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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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오마카세'로 향긋했던 4월 한끼모임
따뜻했던 4월 12일의 일요일. 틈틈이에서는 초록초록 봄나물 가득한 한끼모임이 열렸습니다. 이날의 밥상은 제철요리작업자 김치님이 몇 번이나 경동시장을 오가며 엄선한 노지 제철 나물로 차린 ‘나물 오마카세.’ 요즘은 쉽게 보기 힘든 귀한 나물들이 한 상 가득했습니다.
단내 은은한 잔대나물과 만두속으로도 먹는다는 엄나물, 쌉싸름한 매력이 살아있는 쑥부쟁이, 향이 깊은 방풍나물과 취나물을 5년 숙성 간장과 들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쳐냈고요, 나물계의 ‘젓갈’ 같다는 가죽나물로 한장 한장 부침개를 부쳤어요. 여기에 갓 지은 죽순밥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봄을 통째로 먹는 기분이었어요. 지리산에서 직접 담근 된장에 엄나물 깍지를 넣어 끓인 된장국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구수함으로 속풀이 제대로 됐고요. 농부 짱아는 텃밭에서 돌미나리와 생삼잎국화, 소렐, 딜을 수확해 왔고, 생강나무 가지를 잘라 차를 끓여주었어요.
이날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밥친구들이 함께했는데요. 제천, 별내, 덕은에서부터, 틈틈이 3층의 이웃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출발했지만 한 상 앞에 둘러앉으니 금세 이야기가 오가고, 웃음이 번졌습니다. 낯설게 문을 열고 들어온 분들도, 단골로 매번 찾아주시는 분들도, 밥한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게 됩니다. 역시 좋은 밥상은 사람을 이어주네요.
한끼모임은 열린 밥모임이에요. 틈틈이가 궁금하신 분, 김치님의 제철 손맛을 느껴보고 싶은 분, 오가다 눈여겨보다가 용기 내어 들어오신 분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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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의 세 작업자 오솔 하리 짱아가 줌마네와 틈틈이의 근황을 일지형태로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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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화 밤에 침대 머리맡에서 바가바드기타를 반 페이지씩 읽고 있다. 오전 나무자세는 1년 전에 비해 훨씬 덜 흔들린다.
0409목 5월 6일, 성미산 바로 아래 유성주택 3층으로 이사 확정. 그리고 어제 하리와 유성주택에 가봤다. 도배장판, 부엌싱크대, 작은방과 작은방베란다 곰팡이, 미닫이문 나무장식 떼어내기, 신발장 교체 혹은 수리, 조명 재설치, 도어락 교체 등을 해야 할 것 같다. 냉장고도 새로 구입해야 하고, 에어컨 설치도 알아봐야 한다. 오늘 오후 4시 정수인테리어 여자 사장님 만나기로 했음.
0412일 엄마, 동생과 남산산책 후 이른 저녁을 같이 먹었다. 엄마는 아버지와 자주 왔던 그 길을 걸으며 계속 아버지와 길을 잃었던 거, 넘어진 거, 함께 산책했던 거, 곳곳에서 시각장애인 친구들과 만나 저녁부터 한밤중까지 자유롭게 걷고 웃고 했던 시간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제 몇 명 안 남았다, 그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는 말들도 하고. 저녁밥은 맛있었고 동생도 잠시 평온해 보였다. 집에 오는 길에 엄마가 서둘러 택시를 잡으려고 할 때, 늘 하는 그 드세고 일방적인 태도와 표정이 나왔다. 잠시 ‘아 또!!’ 하는 마음이 올라왔는데 엄마가 다리가 아픈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라졌다. 오래 걸었고, 계단도 오르락 내리락했으니 91세 엄마는 다리가 엄청 아팠을 거다. 그런데 자존심과 남한테 의지하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그냥 도망치듯 택시를 타고 싶었던 거고. 아버지도 그랬겠지. 내가 자신을 부끄러워 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 나하고 어디 가거나 같이 여행을 다니거나 하는 것을 꺼려 했을 것 같다는 짐작이 처음 들었다. 동생은 아버지 챙기느라 혼자 자신을 위한 여정을 떠날 겨를이 없었고. 우리 셋이 모처럼 한가한 남산산책, 꽃놀이를 했네.
0424금 밤에 요양보호사 157기 동기들과 고기회식+노래방에 가서 놀았다. 4,5,6,70대가 섞여서 이렇게 재밌게 놀수 있다니. 다만, 노래방 주인 아줌마가 서비스를 많이 넣어주셔서 나와 하리는 중간에 도망을 나왔다. 뭔가 삶과 죽음, 노년의 시간들에 관한 공부를 함께 하고 실습까지 같이 해서일까? 11월부터 4월까지 거의 매일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수업을 들어서일까. 친해졌다. 무척이나.
0430목 동네 목욕탕 입구를 색연필로 스케치했다. 다음주 그림 수업 때 채색을 시작할 것이다. 거의 매일 목욕탕에 가서 30분 정도 머물다 나왔다. 이제 목욕탕 관리하는 언니와 두 세신사, 그리고 비슷한 시간대에 오는 동네 아줌마들하고 익숙해졌는데. 아직 이사 간다는 말도 못했다. 6일이 이사니까 5일에 얘기해야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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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목 올해 새로 생긴 루틴. 매주 목요일 그림수업. 격주로 아현동 봄봄정원 워크숍 참여. 반쯤은 충동적으로 시작했는데 정신없는 나날들 속에 숨구멍이 되고 있다.
0417금 요새 노밀가루 건강빵 만들기에 재미들렸다. 그릭요거트2스푼, 달걀2개, 설탕1스푼, 전분1스푼, 소금 약간. 여기에 바나나, 사과, 블루베리, 오트밀 아무거나 있으면 같이 넣는다. 쇼츠 영상 보고 따라해 봤는데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고. 고지혈증의 위기 속에 작은 실천 중.
0419일 서오릉 공동텃밭을 시작했다. 옥수수, 감자를 공동 밭에 같이 심고, 개인밭을 만들기 위해 삽질로 고랑을 팠다. 돌이 끝없이 나왔다. 시골 살던 어린 시절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밭일. 담주에는 집에 모아둔 다이소표 씨앗을 심어야겠다. 텃밭을 시작했다 하니 짱아가 강화 모종장 정보를 공유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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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수 이름도 잘 외워지지 않는 ‘유기농업 기능사‘ 자격증 필기시험을 봄. 요즘은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군. 다행이 근근히 붙음.
0409목 생전 처음 한 ’장가르기‘. 단 하나의 메주로 담근 장에서 밀크캬라멜색 된장 한 통과 간장 약 3.5리터가 나옴. 마알간 간장에서 달짝지근 감칠맛이 남.
0414화 4월은 심는달, 나는 농부. 바쁘다 바빠!
0415수 열 사람이 품앗이로 운영 중인 수락밭 모종하우스에 물주러 가는 날. 열흘에 한 번 물을 줘도 모종은 다함께 쑥쑥.
0416목 때론 빠르게 때론 천천히. 마음은 언제나 나를 믿고.
0418토 18년 전 홍성으로 이주한 친구네 집으로 일박여행. 친구 따라 오서산 자락, 홍동저수지, 동백꽃필무렵을 찍은 어느 산성마을을 걷고 삼시세끼 홍성한우를 먹음.
0420월 갑자기 마더피스 타로 책을 삼. 갑자기!!
0421화 당근으로 구한 폐박스를 트렁크에 한가득 싣고 언니와 별별밭 행. 풀이 올라오기 시작한 고랑과 빈 땅에 박스들을 덮어주고 밭일을 한참 하다 집에 오려는데 차 후방등이 번쩍번쩍 빛나다 시동이 안 걸림. 보험사에 연락. 비상출동. 배터리 충전. 예약해 놓은 동네책방에 못 간다는 양해 전화. 간신히 집에 도착해 한숨 돌리고 나니 친절한 책방 사장님이 손수 배달해주신 책이 도착. 유난히 길었던 노곤하고 고마운 하루.
0422수 근근히 먹고사는 행복을 찾아서
0423목 씨네큐브에서 <올란도>를 봄. 장면과 대사가 상징의 연속. 알고 보니 버지니아 울프 원작이었네. 영화 후 아주 짧은 경희궁 산책. 왠지 조금은 쓸쓸한 산책.
0425토 퍼머컬처 네트워크 강화지부에서 여는 강화섬모종장 날. 업자가 아니라 농부들이 직접 키운 모종을 사고, 음쓰를 냄새없이 빠르게 퇴비로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커다란 사자탈이 등장하는 은율탈춤이란 것도 보았음.
0429수 드디어 별별밭 봄 작부도 완성. 다 그리고 보니 땅콩이랑 수수, 토란 심을 자리를 안 남겼네.
0430목 다섯 번째 풀학교. 오늘은 두 시간 내내 나물반찬을 먹고 나물 공부를 함. 부지깽이, 쑥부쟁이, 어수리, 참취, 한계령곰취, 왜당귀, 가죽나물, 화살나물, 쏙쏙이풀, 어성초, 전호나물, 바디나물, 파드득나물, 영아자, 방아, 곤드레, 가시오가피, 두릅, 땅두릅 무려 19가지 나물이 내 뱃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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