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틈이 되는 어떤 순간, 장소,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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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
글_짱아(농부, 숲산책자)
‘오랜 시간을 돌고돌아 나는 다시 내 책상 앞에 앉았다.’
작년 이맘때쯤 썼던 일기의 첫 구절이다. 며칠째 맴맴 도는 이 문장을 생각하다 어느날 아침 일기를 썼던 것 같다.
7살에 한글을 처음 배운 나는 '국민'학교 입학과 함께 그림일기장에 선생님의 지도편달을 받으며 첫 번째 일기를 썼다. 고학년이 되면서 방학숙제 때문에 억지로 쓰던 일기는 사춘기시절 대폭발을 하듯 쏟아져 나왔고 용돈을 모아서 ‘모닝글로리’ 같은 팬시용품점에서 고심하며 일기장을 사곤 했다.
중3 즈음이던가, 친구들과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고 일기를 쓴 기억은 아직도 또렸하다. 어스름한 저녁 영화 포스터를 손에 들고 집에 온 나는 내 책상으로 직행해 오랜시간 일기를 썼다. 왠지모를 열감에 얼굴이 조금 화끈 거렸다. 이후로 나는 불규칙하지만 자발적인 일기쓰기를 지속하며 살아왔다.
30대 초반. 직장 선배에 대한 부정적 생각 때문에 괴로웠던 나는 며칠 동안이나 아침 출근길 1호선 지하철 역 의자에 앉아 일기를 썼다. 한바탕 일기로 심호흡을 하고야 일터로 향할 수 있었다. 2천년대 초반 컴퓨터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주로 한글 파일에 일기를 썼는데 (찾아보니 2004년부터다) 그러면서도 언제 어디서 일기를 쓰고 싶을지 몰라 작은 노트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2020년부터는 한글 파일 대신 노션(Notion) 계정이 나의 일기장이 되었다.
제작년쯤엔 일주일에 한두 번씩 SNS에 농사일기를 썼다. 밭에서 떠오른 한 문장과 그날 한 일들의 목록을 굳이 ‘일기’라고 이름붙인 걸 보면 나의 일기 사랑도 참 어지간하다. 한동안은 그날 만든 것, 먹은 것, 수선한 것 등등 한일을 적으며 ‘오늘하루도 그런대로 괜찮았어!’ 자존감을 고양하는 일기를 썼다. 이 뉴스레터에 실리는 ‘오하짱의 작업일지’ 역시 나의 일기 파일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또 언젠가 쓴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일기 쓰는 삶과 일기를 쓰지 않는 삶은 많이 다르다.’ 일기는 나를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게 한다. 마음의 작은 신호들을 살피고 그즈음의 내 삶을 꾹꾹 밟아보며 그 안에 담긴 걸 찾아내게 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있다면 어쩌면 그건 ‘일기쓰는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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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네와 틈틈이의 프로그램과 회원들의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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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줌마네 신년회 & 총회
2월 21일 토 오후 2시 - 5시
2026년 맞이 줌마네 신년회와 정기총회를 엽니다. 줌마네와 틈틈이 회원들이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 새참과 다과 즐기며 서로서로 근황 나누는 시간 가져요. 짧고 굵은 줌마네 총회 뒤에는 줌마네의 오랜 친구를 위한 특별 상영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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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목요글쓰기 원데이클래스 [잇기]
2월 5일 목 오전 10시 - 오후 1시
글쓰기를 연상하면 각오와 다짐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기분에서 벗어나 매일, 틈틈이 쓰고 찍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원데이수업 후 쓰기와 찍기, 잇기 루틴을 이어가는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2월 5일(목)에 열리는 '잇기' 수업은 휴대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하나하나 이어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을 익히는 3시간 원데이 클래스입니다. >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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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2월 한끼모임
2월 8일 일 점심 12시 - 2시
2월 한끼모임은 일요일 점심시간에 열립니다. 제철요리 고수 김치님이 별미 두부밥과 뽀글이장, 좁쌀깍두기와 봄동달래전으로 맛깔난 제철 밥상을 차려주십니다. 틈틈이가 궁금하신분, 오가는 길에 눈여겨보신 분, 김치의 손맛에 끌려서 오신 분 누구나 환영합니다. >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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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후일담
[01] 1월의 한끼모임 - 호박김치찌개와 고추간장
한달에 한번, 맛있는 점심을 힘께하는 틈틈이 한끼모임이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어요. 1월 모임은 추위가 시작되던 지난 1월 14일 수요일, 아홉 분의 참가자와 함께 열렸는데요. 이제는 제법 단골로 와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꾸준히 새로운 분들도 찾아주고 계세요.
1월의 밥상 역시 제철요리 고수 김치님이 맛깔나게 차려 주셨는데요. 겨울별미 늙은호박김치로 칼칼한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걸쭉한 국물이 마치 스튜를 먹는 듯 든든하더라고요. 고추와 멸치를 한땀한땀 다듬고 다져서 직접 담근 간장으로 달달 볶아낸 ‘고추간장’은 곱창김에 싸먹어도 맛있고, 봄동 쌈으로 먹어도 맛있고, 밥도둑이 따로 없었답니다. 여기에 추가된 깜짝 메뉴 김치잡채! 개운한 잡채는 또 처음 먹어 봅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어느새 몸과 마음 모두 사르르 녹게 되는 것 같아요. 한끼 밥과 함께 편하게 함께 담소를 나누다 보니 처음 본 분들도, 단골로 찾아주시는 분들도, 어느새 밝은 표정에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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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1월의 틈틈이 시네마 - 연남동 단편선
1월 22일 밤, 틈틈이에서 진주머리방(강유가람 감독) / 외출(조혜경 감독) /주아부띠끄(조혜경 감독) 세 편의 단편영화를 상영했다. 김혜정 감독의 진행으로 강유가람, 조헤경 두 감독과 배종숙 배우, 만석 관객들과 ‘동네에서 자립영화 만들기’를 테마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눴다.
10여 년 전 연남동 골목길 곳곳에 출몰하며 영화를 제작했던 생생한 ‘자립영화제작 후기’를 나누는 동안, 시간여행 통로가 열린 것 같았다. 당시 영화의 영자도 모르고 워크숍에 참여해 두 편의 영화를 만들었던 조혜경 감독이 초심자의 영화제작 분투기를 조근조근 풀어줬다. 12년이 지난 지금, 써니데이(조혜경 감독 별칭)는 환기미술관에서 일하며 그림책 작업을 하는 ‘그림작업자’가 되었다. 써니데이가 이때 습득한 영화언어의 감각이 그림과 그림책 작업의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강유가람 감독은 워크숍 기획자면서 참여자였는데, 이때 만든 단편극영화 ‘진주머리방’이 최근작 장편극영화 ‘럭키, 아파트’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GV는 한시간 넘게 이어졌고, 관객들의 호기심과 열의 넘치는 질문들과 감독들의 땀내나는 작은 성취담이 틈틈이를 덥혀주었다. 조혜경, 강유가람 두 감독은 2013-2014년에 줌마네에서 기획한 ‘두번째 영화를 위한 제작 워크숍’에 참여해서 각자의 영화를 동료들과 함께 ‘자립적으로‘ 만들었다.
➖두번째영화제작을 위한 워크숍(두영)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 동안 여성들이 함께 모여 내공을 쌓고 공동작업을 하며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 진행되었다. 두영은 ‘두번째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고립되고 자원이 부족한 여성감독간 협업과 연결’을 모토로 실행되었으며, 참가자들이 1인 1작품 완성을 목표로 하는 프로덕션으로 2년 동안 진행되었다. 두영 멤버들은 연남동을 배경으로 ‘바람’을 테마로 각자의 단편영화를 촬영했고, 촬영 후 ‘룰루랄라 상영회’ 를 함께 개최했다.
두영워크숍에서 제작한 영화들로는 실험영화 <생명의 숨>, 극영화 <주아부띠끄>, <진주머리방>, <당신과 나의 집>, <소장님의 결혼>, 다큐멘터리 <어떤 둘째>가 있다.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소장님의 결혼>이 상영되었고, 2021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줌마네/여성영화’ 제작 워크숍 내용을 담은 장편다큐멘터리 <줌마네에서 영화를 만드는 까닭은>이 상영,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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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의 세 작업자 오솔 하리 짱아가 줌마네와 틈틈이의 근황을 일지형태로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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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월 어제 경미 차를 타고 명일동 절미가 있는 호스피스 병원에 다녀왔다. 보조개 써니데이도 만났다. 병원 외관은 허술하고 쓸쓸했는데, 내부는 따뜻하고 깔끔했다. 병실에 머물며 절미의 통통하고 따뜻한 손을 오래 잡고, 만지다 나왔다. 병원을 나와 경미 차를 타고 모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데, 달리는 차 안에서 누군가 "그냥 헤어지면 마음도 배도 허해서 화가 날 것 같아!" 하고 작게 외쳤다. 써니데이가 바로 검색 해서 찾아낸 ‘꾸러기 분식집’에 가서 즉석떡볶이를 먹었다. 맛있었다. 즉떡의 힘을 빌려 ‘기분전환’을 한 우린 웃으며, 근황을 나누고 넌즈시 서로 다독이고 헤어졌다.
0120수 어제 하리네 집에서 오랜만에 짱아, 하리, 나 셋이 점심을 먹었다. 하리가 해준 야채찜이 참 맛있어서 레시피를 물어봤다. 오늘 아침에 알배추와 당근, 호박, 가지, 굴, 해물, 참나물 넣고 푸욱 쪘더니 꿀맛이었다. 남은 찜은 도시락통에 담아 저녁에 곱창김에 흰밥 싸서 반찬으로 잘 먹었다.
0124토 3일째 채소찜을 해먹고 있는데 질리지가 않는다. 오늘은 샤브샤브 고기를 넣고 양배추, 알배추, 호박, 당근, 팽이버섯, 참나물에 가지와 연근을 더 첨가해서 먹었다.
0126월 하리, 해기, 구언니, 나. 넷이 틈틈이에서 만나 올 해 돌봄영상 3기 시작을 위한 준비회의 겸, 일정과 작업에 대한 논의를 다 마친 후 ‘동네에서 젠더감수성과 언어를 장착한 벗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것이 고맙고 행복하다’고 뜬금없이 말했는데,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말이어서 뭐지? 했지만 기분이 괜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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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토 로봇청소기가 일을 안 한다. 고장 났나 했더니 배터리를 갈아야 한단다. 눈에 보이는 먼지 뭉치만 밀대로 대강 치우며 버티고 있는데, 뜬금없이 스위스 사는 언니가 집에 왔다. 휴가 가던 중에 갈아타는 비행기를 놓쳤단다. 오랜만에 유선 청소기를 꺼내 청소를 하고 3일치 설거지를 했다. 언니 덕분에 밀린 집청소 해치운 주말.
0119월 밤마다 비염과 기침으로 잠을 설친다.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걱정했던 폐는 멀쩡하고 식도염과 위염이 나왔다. AI에게 물어보니 야식과 맥주를 끊으라고 한다.
0128수 중고등학교 시절 절친 둘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다. 제일 친하고 좋아했던, 어릴 적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고등학교 때 니가 정말 예뻐 보였어” 라고 말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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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금 할 일은 ‘제때’ 하는 새해를 만들자. 식혜 만들기. 물김치 만들기. 구충제 사기, 쿠팡 탈퇴. 하루 5천~1만 보 걷기
0105월 기다리던 친구의 사진집이 나왔다. 기분이 이상하다.
0106화 기다리던 공복 친구들 단식 시작. 오늘부터 3일간 차츰 음식을 줄이며 공복을 준비하게 된다.
0107수 오랜만에 친구의 눈뜬 모습을 봤다. 친구가 좋아하던 노래 '눈이 내린다'를 틀어놓고 함께 들었다.
0108목 된장국 한 숟가락 동치미 한 조각에서 이렇게 풍부한 맛이 났나? 누룽지 죽은 또 얼마나 꿀맛인지. 먹는 것을 줄이고 속을 비우니 미각이 깨어난다.
0109금 본단식 1일 차. 오늘부터 나의 삼시세끼는 산야초 발효차 한 잔. 가만히 앉아 있는데 심장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 나의 심장이 여기에서 뛰고 있구나.
0110토 단식을 하니 틈이 많아졌다. 이 시간에 뭘 해야 하지? 서랍장 안 깊숙이 놓여있던 털실과 코바늘을 꺼냈다.
0111일 동생 시어머니 장례식을 위해 마산행 KTX를 기다리는데 친구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올 줄은 알았지만, 언제가 될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그 날이 오늘이 되었구나… 몇 통의 전화를 돌리고 몸은 기차 의자에 있는데, 마음은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계속 맴돌고 있다.
0113화 흙으로 돌아간 친구는 해가 잘 드는 아늑한 건물에 안치되었다. 죽음은 가능한 먼 곳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싶었던 나에게 친구는 (삶과) 죽음을 온몸으로 만나는 귀한 시간을 선물로 주고 떠났다.
0116금 아침 요가를 하니 자연스레 하루 루틴이 시작된다.
0117토 이시이 유카리가 풀이한 2026년 처녀자리 운세를 읽었다.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거기에 있었다. '그래 그게 맞아. 너를 믿어! 그리고 하려던 것에 좀 더 정성을 들여!'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0118일 요즘 가장 잘 하고 있는 일. 하루 세 번 꼭꼭 오래 씹으며 30분 동안 밥 먹기
0120화 하리네 집들이. 나는 갓구운 치아바타를 들고 갔다. 오랜만에 오하짱 셋이 밥을 먹었다. 하리가 해 준 된장소스 덮밥, 굴배추찜은 참 맛이 좋았다. 이사한 지 한 달이 좀 넘었다는 하리의 새집은 해가 잘 들고 딱 그 시간만큼 하리와 닮아 있었다.
0122목 사십년지기 친구 경진이네 집에 가는 길. 결혼 후 20년 이상 살아온 그 친구의 집을 이제야(이제는) 가 보네! 감개무량.
0123금 오늘은 두세 달에 한 번씩 일박 모임을 하는 대학 동창네 집. 나는 친구의 반려견 콩순이가 참 좋다. 샤이하고 예민한데 귀엽고 멋있어!
0124토 슬픔은 아주 작은 것들에서 갑자기 솟구친다. ‘저 선물은 왜 세 개가 아니고 두 개인가’
0126월 단식 이후 삼시세끼를 제대로 차려 먹는 힘을 키우고 있다. 어제는 우엉 샐러드와 쇠미역 무침, 오늘은 무조림과 배추된장국.
0128수 지난 한해는 써야 할 글보다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았을 수도.
0129목 딱 요맘때 나를 위한 오묘한 책.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들고 양수리 작은 가게 '다람쥐'로 책모임 가는 중.
0130금 오늘의 한 줄. 물이 머물기 시작하니 땅이 살아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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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네는 여성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서적 성장과 자립, 연대와 서로돌봄을 위한 비영리 네트워킹 플랫폼입니다. 여성 작업자들이 협업하여 2001년부터 글쓰기, 창작수업, 영상워크숍, 산책학교, 집담회,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하고 있으며, 2023년 6월부터 성산동에 공유작업실 틈틈이를 열어 오솔, 짱아, 하리 세 명의 작업자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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