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틈이 되는 어떤 순간, 장소,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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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내 안의 틈이 되는 공간
_글 조혜경(써니데이) 틈틈이 글을 쓰고 마음으로 들어온 것을 손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자
미술관에서 일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술관을 찾아 온 사람들에게 전시 소개와 관람안내를 합니다. 가끔 누군가 전시에 관해 물어오면 내가 아는 내용만큼 친절하게 대답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아아" "그렇군요"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은 상쾌해진 뒷모습으로 사라집니다.
CC티비로 전시장 상태를 살피는 것도 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전시장 지킴이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전시장 안에서 과한 행동을 하는 관람객은 없는지 확인하지요. 관람객이 줄어드는 시간에는 컴퓨터 화면으로 전시장 안 그림들을 살펴봅니다. 특히 3층에 있는 대형 그림을 자주 들여다보는데, 색감이 강렬한 단색화 작품입니다. 여러 번 보아 와서 익숙할 법도 한데 볼 때마다 낯설고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선명하지 않은 컴퓨터 모니터 탓일지도 모르지만, 생명체처럼 꿈틀대기도 하고 빛처럼 일렁거리기도 합니다. 마치 에너지 덩어리 같다고 할까요. 기묘하고 신기한 현상입니다. 전시장 안에 있는 그림이 살아서 움직인다는 사실, 나만 아는 비밀로 묻어 두기로 합니다. 어쩌면 비문증이거나 육체의 피곤함으로 생기는 착시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림을 살펴보다가 지루해지면, 그림 보는 사람들의 형태를 관찰하곤 합니다. 산책하듯이 그냥 휙 한번 둘러보고 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그림을 꽤나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미술 애호가도 있습니다. 그림의 여러 면을 진지하게 살피고 이제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함께 온 사람과 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때로는 전시장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한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 그이의 긴 침묵을 함께 견뎌보기도 합니다.
의욕이 지나쳐 실수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관람 안전선을 넘어가거나 휴대폰으로 작품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요. 저는 영상으로만 그들을 지켜보고 있어서 직접 나설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땐 혼잣말처럼 속으로 절규합니다. ‘안 됩니다! 아까 말했잖아요. 안 된다고요!’ 내 외침이 들리지 않았는데도, 어김없이 전시장 지킴들이 달려가 그들의 행동을 제지합니다. 텔레파시처럼 서로 잘 통하는 순간이지요.
그림 보러 미술관에 자주 다니다가 운 좋게 미술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정작 내 그림은 그리지 못합니다. 시간도 역량도 부족합니다. 기다리다 보면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은 시간이 찾아오겠지요. 아무튼 지금은 이곳에 있습니다. 매일 그림을 보고 그림 보는 사람을 관찰하는 미술관이, 내 삶의 틈이 되는 공간입니다. 숨이 잘 쉬어지고 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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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에서 열리는 모임과 프로그램 소식들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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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 달 쉬었던 한끼모임이 9월에 다시 열립니다. 지리산 제철밥상 장인에게 직접 사사받은 동네 숨은 요리고수 김치 님이 매달 보배로운 밥상을 차려주고 계신데요, 9월 밥상은 김치님이 손수 담근 장으로 만든 몸보신 되는 집밥 메뉴예요. 영양만점 차돌박이 버섯밥과 깊은 장맛이 일품인 된장국, 갓 담근 쪽파김치와 지리산 연잎차, 그리고 농부 짱아가 직접 농사지은 제철 쌈채소까지! 틈틈이에서 건강하고 맛깔스런 밥상 나누며 가을 함께 맞아요.
🔹9.30 화 PM 12시-2시 @ 틈틈이(마포구 성미산로 7안길 20, 1층)
🔹참가비|1만5천원 🔹문의|010-6688-1109 >> 참가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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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오는 9월 11일부터 일주일간 일산과 파주 일대에서 열립니다. 세계 각국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 틈틈이 운영자 오솔과 하리가 제작 중인 <그 여자들의 집>도 이번 영화제에 'DMZ Docs 프로덕션 피칭' 섹션에 선발되어 피칭하러 갑니다!
2025.09.11.(목) ~ 2025.09.17.(수) @메가박스 킨텍스, CGV파주야당 외 >>더 보기
[제주여성영화제]
제26회 제주여성영화제가 9월 24일(수)부터 9월 28일(일)까지 열립니다. "우리는 다른 길을 딛고, 올라"가 올해의 슬로건인데요. 광장에서 나눴던 간절한 마음과 따스한 연대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아낸 39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을엔 제주에서 영화와 함께 에너지 얻어보아요.
2025.9월 24일(수)~9월 28일(일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점 >>더 보기
[산기슭에서 나홀로]
페미니스트이자 세계적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산속 생활을 그린 에세이 『산기슭에서, 나 홀로』를 소개합니다. 코로나를 피하고자 대도시 도쿄와 시골 야마나시를 오가는 거점 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생활’이라는 로망부터 생애 마지막 거처에서 홀로 맞이할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 생생하게 풀어냅니다. ‘우에노 지즈코’판 『월든 Walden』 이야기 만나보세요.
우에노 지즈코 저/야마구치 하루미 그림/박제이 역 | 청미 | 2025년 >>더 보기
[책방 로파이 랑데뷰 : 이주영(뮤지션)) ∞ 안미옥(시인]
구례 책방 로파이에서 뮤지션 이주영과 안미옥 시인이 함께하는 랑데뷰 공연이 열립니다. 벌써 12번째를 맞는 로파이 랑데뷰의 이번 공연 주제는 '한 뼘의 사랑과 한 발자국의 위로가 얼마나 커다랗고 깊은지'라고 하는데요. 고즈넉한 책방과 가을 하늘 아래 따뜻한 음악과 시를 함께 만나 보아요.
2025.9.27.(토) 저녁 7시 @구례 책방로파이(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북2길 5-11)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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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네 회원들이 보내온 반가운 소식들, 소소하지만 괜찮은 시도들을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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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오솔의 영화관 코스
국현(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영화보기가 영자원(영상자료원), 서아시(서울아트시네마)와 함께 나의 극장노선도에 추가되었다. 국현 지하1층에 MMCA영상관이 있고, 여기에서 1년 내내 영화기획전이 열린다.
영화관은 상영관 만이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길의 풍경, 동네 골목길, 상영을 기다리는 동안 머무는 아지트,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에 관련된 취향과 익숙해짐, 쌓여가는 기억과 장면들로 나에게 스며드는 공간이다.
동숭아트홀 , 하이퍼텍 나다, 코아아트홀, 시네코아, 안국동 서울아트시네마,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 종로3가 서울아트시네마, 스폰지하우스는 사라졌다. 안국동 서울아트시네마에 자주 갔다. 상영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면 근처 성곽아래 산동네 골목길을 걸었다. 자판기 커피를 계단에 앉아 마시거나 동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안국동 골목길 떡볶이나 삼청동 홍합밥도 맛있었다.
국현 영화관에서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영화 ‘키메라’를 를 보고 나와 한적하고 어두운 삼청동 저녁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영화가 남긴 질문들과 여운을 안고 집으로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상영관은 국현 지하 1층에 있다. 9월 13일까지 여성감독 3인 특별전을 한다. 관람료는 무료이고, 국현홈페이지에 회원가입 후 예매하고 가면 된다. 영화를 보고 국현 전시를 보거나, 근처 오설록에서 차를 마셔도 좋고, 소격동 삼청동 안국동 골목길을 하염없이 걷다가 쉬다가 할 수 있다.
[나의 극장노선도]
- 버스 271 순환코스 : 영상자료원 - 서울아트시네마 - 씨네큐브 - 에무시네마 - 아트하우스모모
- 버스 171 코스 : 국립현대미술관 - 필름포럼 - 라이카시네마 - 아트레온
- 걸어서 가는 극장 : 메가박스 상암
- 마을버스 08번 : 상상마당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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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의 세 작업자 오솔 하리 짱아가 줌마네와 틈틈이의 근황을 일지형태로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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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 금 낮에 화분을 내놓았더니 잎사귀가 타들어갔다. 폭염이 지나갈 때까지, 얘들아 답답해도 안에 있어야겠어.
0809 토 엄마집에 다녀왔다.
0822 금 쇼가 이사한 집에 다녀왔다. 거실 창 앞으로 산이 보인다. 베란다에 경미가 나눔한 작은 바질 모종화분 2개가 잘 자라고 있었다. 맛있는 빵을 먹으며 영화와 노래와 사람들에 대해 두런두런, 오랜만에 긴 얘기를 나누고 왔다. 창문 너머 보이는 동네 지붕과 하늘 풍경들이 그림같았다.
0824 일 폭염이 끝나지 않는다. 조금 사그러지는가 싶더니 여전히 덥다. 틈틈이는 방학중이다. 여름맞이 대청소를 했다. 책상과 소파, 오디오 위치도 바꿨다. 구석에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서 속이 다 후련하다. 공부방을 9월에 개강하려다가 가을 찬바람 불 때 열기로 했다.
0825 월 DMZ영화제 피칭용 트레일러를 만들었다. 1분 남짓한 길이. 합정동 장비렌탈샵에서 오랜만에 카메라와 트라이포트도 빌렸다.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구나.
0828 목 서초에서 열린 숏폼영상제에 참여했다가 원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밤 8시에 개막하는 옥상영화제에 가기 위해서다. 원주혁신도시는 구도심과 한참 떨어진 섬 같았다. 정부청사와 재단 건물들이 뜬금없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도로엔 차도, 사람도 거의 없었다. 영화제가 열리는 옥상에는 알전구가 환하게 켜지고, 사람도 많았다. 멀리 치악산 줄기가 보였다. 프리미어 버스를 타고 다시 고속버스터미널로 와서 지하철로 집까지 왔다. 밤 12시 직전에 귀가. 초록색 실로 모자를 조금 뜨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0830 토 수세미 실을 다 썼다. 원형 반짝이 수세미로 중형 수납박스 하나를 가득 채웠다. 초록색 실로 다시 모자를 뜨기 시작했다. 다 뜬 초록색 모자를 풀러서 다시 뜨고 있다.
0831 일 엄마집에 다녀옴. 엄마와 삼겹살을 구워 먹었음. 아버지는 작게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음. 낮에 간병인이 한 시간 더 머물다 간다고 함.
0901 월 짧은뜨기로 모자 2개를 떴고, 어제 하나를 더 뜨기 시작했다.
0902 화 용인시에서 요청한 줌강의를 했다. 줌마네가 지속해온 20년 넘는 시간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로컬에서 뭔가 활동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시에서 기획한 자리였는데, 내가 첫 강의를 하고, 언니네텃밭이 다음주에 이어서 강의를 한다. 줌으로 강의하고 나서 바로 참가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욕심 때문에 안 풀리는 일이 있었는데 잘 해결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강의를 했는데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니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았다. 강의준비를 하면서 줌마네의 24년을 시즌1,시즌2,시즌3으로 분류해서 정리했다. 시즌3은 3년 전, 틈틈이로 공간을 옮기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올드멤버들부터 요즘 멤버들까지 모일 기회가 있으면 한번 공유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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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 토 오랜만에 '영희야놀자' 모임을 했다. 50 전후의 여자들 다섯이 모였다. 누군가 100세시대에 이제 인생 절반 왔다는 애길 했다. 너무한 팩폭.
0813 수 아빠 병원 가는 길. 비가 너무 쏟아진다. DMC 역에서 못 나가고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폭우로 경의중앙선 일부 구간이 운행이 중단되었다는 방송이 나온다. 올여름 날씨 정말….
0815 금 광복절. 점심을 차려 먹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신혼부부가 전세 계약하고 싶다고. 드디어 이사구나. 아버지가 향동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4개월간 주중 매일 병원을 왕복한다. 이대로는 못살겠다 싶어 근처 이사할 집을 알아봤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니, 이제야 집이 나가네. 12년만의 이사다. 다 버려야지.
0818 월 영화 <그 여자들의 집> 프로덕션이 조금씩 진행되면서 오솔과 둘이 촬영과 편집을 모두 할 수 있는 세팅을 찾는 중이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다빈치 리졸브를 새로 익히는데, 간단한 기능도 왜 이렇게 낯선지.
0830 토 향동에 이사갈 집 계약을 하러 갔다. 오솔이 촬영을 하였는데, 부동산 중개인이 전세사기 걱정에 증거 영샹을 찍느냐고 물었다.
0907 일 미디액트에서 영상제작에서의 AI 기술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텍스트 문장만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동영상을 만들고, AI로 만든 인물이 세계 각국 언어로 자연스레 말하는 영상을 보며, 세상의 변화를 새삼 실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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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 토 요가 갔다가 용산역에서 절친 생파. 맛있는 걸 먹고 꽤 오래 수다를 떨었다. 친구는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기쁘다고 했다.
0807 수 이놈의 ㅅㅅ냉장고! 내가 다시 사나 봐라!!
0808 목 오늘은 말복, 동생 규진의 생일, 친구 수만 생일. 그리고 고양이의 날.
0811 월 문득 나의 삶이 대략 20~30년 남았구나 라는 자각이 들었다. 그중 의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0년이겠지.
0812 화 알고보니 내가 그동안 우엉이라고 생각한 넝쿨들이 모두 참외였다.
0813 수 다큐 <위대한 작은농장> 감상 + 한밤중 베란다 정리
0819 화 아침 10시 안국역. 발효학교 가는 길. 농사가 나를 여기까지 안내했구나!
0825 월 친구가 입원을 했다. 몸이 회복되면 친구 집앞 카페 레인보우에서 만나기로 했다. 얼른 만나고 싶네.
0903 수 아침 7시 20분~12시 45분 언니와 복지리 별별밭 작업. 주룩주룩
0905 금 친구가 2주 만에 퇴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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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네는 여성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서적 성장과 자립, 연대와 서로돌봄을 위한 비영리 네트워킹 플랫폼입니다. 여성 작업자들이 협업하여 2001년부터 글쓰기, 창작수업, 영상워크숍, 산책학교, 집담회,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하고 있으며, 2023년 6월부터 성산동에 공유작업실 틈틈이를 열어 오솔, 짱아, 하리 세 명의 작업자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줌마네 정기회원이 되면 줌마네와 틈틈이의 모든 프로그램을 회원가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매월 뉴스레터를 통해 줌마네와 회원들의 소식을 공유받고 나의 소식도 전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을 위한 소모임 및 연간 네트워킹 파티에 초대됩니다.
줌마네 뉴스레터 9월호 어떠셨나요?
회원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뉴스레터를 보고 느낀 감상, 좋았던 기사, 내가 전하고 싶은 소식, 추가해주면 좋을 아이디어 무엇이든 좋습니다. 이야기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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