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틈이 되는 어떤 순간, 장소,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 |
|
|
병원 뺑뺑이
_글 이현옥(서강대학교 글로벌한국학과 교수. 아마추어 요트팀 ‘팀레이디스’ 멤버)
기다리던 2025년 세일링 시즌이 시작됐다. 보통은 4월에 시작하지만, 급한 마음에 3월부터 주말마다 마리나에 나가서 열심히 세일링을 했다. 올해는 유독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주중에는 쨍쨍하다가도 주말만 되면 비바람이 치거나, 맑은 듯 하다가도 갑자기 돌풍이 부는 날이 계속 됐다. 평균 풍속 15노트 최대 28에도 ‘나름 탈만 한데?’ 하는 자신감이 들 즈음이었다. 5월 둘째 주쯤 배에서 내렸을 때, 다리가 풀려서 못 걷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요즘 좀 열심히 했지…’ 하면서 웃어 넘겼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나는 침대에서 얼어날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됐다’. 간신히 몸을 추스려 정형외과에 갔다. X-ray 결과로는 멀쩡했다. 나는 자발적으로 MRI를 찍어보겠다고 했고, 결과는 ‘반월연골판 손상’이었다.
“심한 운동으로 찢어진 것 같아요. 당장 수술하셔야 해요.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앞으로 좌식생활은 끝났다고 보셔야 하고….”
겁에 질려 바로 주말에 수술 일정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세일링팀 멤버에게 전화로 소식을 알렸다. 다행히 세일링을 하시는 정형외과 선생님에게 연락이 닿아 상황을 설명하니, 일단 수술은 취소하고 며칠 지켜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3일 정도 지나니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무릎이 부서졌다는 생각 때문에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그분이 서울에 계셨다면 당장 찾아 뵈었을 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정형외과에 갔다. 두 번째, 세 번째 병원에서도 수술을 권유했다. 퇴행성이라 응급은 아니라면서도. 전문의 세 명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니, 딱히 답이 없어 보였다. 결국 일정에 여유가 생기는 한 달 뒤로 다시 수술 날짜를 잡았다. 그러고도 혹시나 하고 네 번째 병원을 찾았을 때, 처음으로 다른 의견을 들었다.
“교과서대로 말하면 수술을 하라고 해야 할 텐데… 수술 이후 환자의 삶을 고려하면 권유하기가 힘들어요. 말하자면… 과학의 문제라기보다는 철학의 문제랄까?”
낡은 병원의 연세 지긋하신 의사선생님은 무릎에 찬 물을 빼고, 주사를 놔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병원을 전전한 지 2주 만에 처음으로 내 무릎에 뭔가 처치를 하는 의사를 만났다. 그날 이후 정말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내가 겪고 있는 불편함을 해소해 준 건 이 의사였다. 그동안은 다들 MRI 결과지를 보는 순간, 마치 X라는 인풋이 있으면 Y라는 아웃풋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기계처럼 수술을 하라고 권유하기 바빴다. 그들은 내가 겪는 심리적 육체적 고통에 관심이 없다. 세 번째 의사의 말도 떠올랐다.
“듣고 싶은 말을 찾아다닌다면, 결국 사이비를 만나게 돼요. 꼭 여기서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수술 받으시고요… 어디 가서 주사 맞지 말고요… 수술 받고 재활하면 금방 좋아질 수 있어요.”
음... 세 번째 의사가 말한 '사이비'가 이 분일 수도 있겠다. 근데, 이제 안 아픈데? 수술 해야 되나? 일시적으로 괜찮아진 거면 어떻게 하지? 전문가의 말을 믿을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문득 유방암 2기로 자연치유를 하다가 사망한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 무릎은 내 것이지만, 나는 의사의 전문지식이 없다. 내 어리석음 때문에 수술 시기를 놓쳐서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일단은 3주가 남은 수술 일정은 그대로 두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먼저 관절경 수술이 무엇인지 그 예후가 어떤지, 한국에 도입된 시기는 언제인지, 다른 방법론을 제시하는 의사나 병원이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조사했다. 실제로 해외 논문 중에는 관절경 수술을 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예후를 비교한 사례 연구들이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다는 연구도 발견했다. 내가 논문을 쓸 것도 아니고… 그냥 수술을 한다면 이게 얼마나 안전한지, 또 네 번째 의사선생님 같은 말을 하는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유투브에서 반월연골판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는 무릎재활운동 전문가도 찾아 연락했다. 꽤 세심한 검사를 받은 뒤, 처음으로 내 무릎 통증의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 나는 근력이 상당이 약하고 일부 근육이 과하게 긴장된 상태에 있다는 진단이었다. 근육이 긴장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다른 부분들이 무리를 하게 된다. 반월연골판이 손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통증을 느끼는 부분은 다른 부분에 있었다. 일단은 근력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근육의 긴장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먼저라는 처방을 받았다. 물리치료를 받고 스스로 근육을 푸는 운동법도 배웠다.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다른 운동을 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영장에 등록했다. 이번 일은 몸이 감당할 있는 정도를 넘어서서 발생했으니, 세일링은 몸이 무리를 좀 해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근력과 체력을 회복하면 다시 하는 것으로.
그 다음으로 한 것은 체중조절. 식단조절을 시작하고 2주 만에 6kg을 감량했다. 몸무게 1kg에 걸리는 부하가 5배라고 하니 30kg의 부하가 줄어든 셈이다. 늘 생각만 하던 체중조절이 단숨에 되다니, 역시 절박함이 답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무릎이 고장났다고 생각하니 할 수 있는 것에 제한이 너무 많았다. 이제 세일링을 못한다고? 탱고도 못하고? 걷고 뛰는 것도 무리하면 안된다고? 계단도 조심하고? 그럼 이제 여행도 못하나? 거동에 제한이 있으니 이제 운전을 다시 배워야 하나? 아직 40대인데? 나한테 왜 이런 시련이? 사실상 시련이랄 것도 없다. 퇴행성 손상이라는 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기도 하고, 꽤 오랫동안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무릎을 사용해왔다는 것이니까. 걸음걸이의 문제든 자세의 문제든 체력보다 무리하게 운동을 한 것이든. 어쨌거나 내 몸에 생긴 문제를 방치한 결과다.
“수술을 하더라도 이렇게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재활운동 전문가와 이야기하고 나서 조금 남아 있던 심리적 물리적 불편함도 완전히 사라졌다. 걸음 걷는 속도도 이전처럼 돌아오고, 계단 내려가는 것도 불편함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달 사이에 어디 멀리 다녀온 듯한 느낌이다. 무릎이 손상된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조심조심 주의를 기울이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을 하고, 기본적인 근력운동을 한다. 식단도 조절하고 있다. 어디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 무릎 뿐이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살피고 관리하면 좋겠지만, 어디 그렇게 되는가? 결국 이 사달이 난 다음에야 겨우 나 자신을 돌아본다.
멀쩡하게 움직이던 몸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을 때, 패닉에 빠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노화 때문이라니, 앞으로 남은 인생이 좋아지기보단 계속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에 암울해지기도 한다. 내 몸의 주인은 나지만, 원인과 처방은 전문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 선택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어쨌거나 수술을 하든, 하지 않든, 결정한 후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서는 내가 감당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수술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퇴행성 손상을 관리하기로 했다. 그래도 꽤 빠른 시간 안에 완전히는 아니지만 제자리로 돌아와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한 일인가. 덕분에 생활습관,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이번 일이 단순히 나이듦 때문이 아니라 나쁜 습관이 오래 방치된 결과라면, 습관을 바꿈으로써 조금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보면서.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보았다. 자전거타기, 프리다이빙, 수상동력면허, 수상안전요원교육… 계속 언저리에 있으면 언젠가 세일링도 다시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
|
01.틈틈이 공부방
6월의 '틈틈이 공부방'이 다음주 개강합니다. 인기 수업인 '수요노래교실'에 이어 싱어송라이터 이주영의 '수요 작사작곡' 교실이 새로 문을 열고요, 줌마네 오랜 회원이자 페페연구소 대표인 김동진(민들레)이 안내자가 되어 '금요 책읽기’ 모임을 오픈합니다. 손뜨개와 명상, 글쓰기도 꾸준하게 이어집니다. 회원들을 위한 할인 혜택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 문의주세요! 여석이 있는 경우 원데이 신청도 가능합니다.
> 문의 010-6688-1109 > 참가신청하기
|
|
|
[커리큘럼]
■ 월요 손뜨개
:한땀한땀 손끝으로 이루는 작은 성취
with 영화감독 김혜정(하리)
06.09 ~ 06.30 (월, 4회) PM 7:30~9:00
■ 화요 명상
:일상의 소용돌이에서 나를 지키는 마음근육 기르기
with 명상안내자 송경선(달님)
06.10 ~ 07.01 (화, 4회) PM 7:30~9:00
■ 수요 노래교실
:나만의 에너지와 스타일로 노래부르기
with 싱어송라이터 이주영
06.11 ~ 07.02 (수, 4회) PM 8:00~9:30
■ 수요 작사작곡
:왕초보 환영! 싱어송라이터와 함께 노래 만들기
with 이주영
06.11 ~ 07.02 (수, 4회) PM 6:00~7:30
■ 목요 글쓰기
:각오, 자책, 다짐, 자기연민 없는 나다운 글쓰기
with 영화감독 이숙경(오솔)
06.12 ~ 07.03 (목, 4회) PM7:30~9:00
■ 금요 책읽기
:번역가와 함께 <벨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 읽기
with 여성주의연구자 김동진(민들레)
06.13 ~ 07.04 (금, 4회) PM 7:30~9:00
|
|
|
02.한컷 영상 다이어리 상영회 후기
초여름의 더위가 찾아오던 지난 5월 20일, 틈틈이에서는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과 줌마네가 함께하는 ‘돌보는 사람들을 위한 한컷 영상 다이어리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4월 8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 달간, 영상 한컷과 묘사글 한 조각으로 매일의 ‘오후 3시’를 기록해온 ‘한컷영상 다이어리 워크숍’ 2기, 그리고 1기 멤버들이 함께 모여 그간의 작업을 공유하는 자리였어요. 각자의 호흡과 리듬으로 완성한 열 세 개의 영상 상영과 낭독회 시간. 별다른 말없이 장면들을 이어붙였을 뿐인데도 누군가의 깊은 시선이, 생로병사의 어떤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봄날의 시간이 잔잔한 울림과 공감 속에 전해졌어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서로를 돌보는 순간들을 이렇게 모으고 이어나가다 보면 생생하게 빛나는 돌봄의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무리하지 않으면서 이 작업들을 이어나가기 위해 '한컷영상 오후세시' 팀으로 한 달에 한번씩 만나기로 했답니다.
|
|
|
03. 틈틈이 한끼모임 후기
5월 21일 수요일 한낮의 틈틈이. 솔솔 풍기는 구수한 밥냄새와 푸짐한 상차림에 그 어느 때보다 웃음과 활기가 넘쳤답니다. 고추장찌개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다니! 숟가락 멈출 수 없었던 칼칼함과 시원함 끝판왕 고추장찌개에 국물 자작한 매콤 머윗대나물과 묵은지무침, 메뉴에도 없던 제피나물, 가죽나물 부침개와 고추장아찌까지! 직접 담근 고추장, 간장, 된장에 새벽 농산물시장에서 골라온 제철 나물로 정성껏 상을 차려준 동네 귀인 요리작업자 김치 덕분에 한끼모임에 함께한 열두 명은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농부로 변신한 짱아의 텃밭 채소 나눔과 오솔의 시원한 여름 티셔츠 팝업마켓으로 더 풍성했던 시간. 앞으로도 한끼모임은 번개처럼 찾아옵니다!
|
|
|
04. 예비할머니 프로젝트 in 줌마네
나이듦과 주거불안을 고민하는 여성 청년들이 매달 만나 다양한 주거, 돌봄, 가족관계를 알아보며 생활공동체를 상상하고 실천해보는 ‘예비 할머니 프로젝트’. 6월에는 틈틈이에서 모임을 열어요. 줌마네 발간 <살만한 집>을 함께 읽으며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살지' 이야기해보는 시간. <살 만한 집> 책 공유를 위해 틈틈이 온라인 책방도 살짜쿵 오픈했어요. 줌마네에서만 구할 수 있는 책 조금씩 업데이트할 예정이니 둘러봐주세요!
일시: 6월 21일 토 오후 2시 장소: 틈틈이 >온라인책방 보러가기
|
|
|
- 싱어송라이터이자 번역가, 작가이기도 한 김목인 회원이 ‘나의 노랫말과 우리말’이라는 제목으로 세종시에 새로 문을 연 ‘한글상점’에서 공연합니다. 우리말의 멋과 재미를 노래와 이야기로 들려주는 여름밤 우리말 콘서트!
일시: 6월 27일(금) 저녁7시 장소: 세종시 한글상점 >자세히 보기
- 김희진 회원이 편집장으로 있는 돌고래 출판사에서 신간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를 선보입니다. 글쓴이는 청룡시리즈어워즈 예능·교양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를 연출한 권성민PD인데요.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다른 현실을 공유하게 된 걸까?" 하는 질문을 따라, 극단의 시대에 공존과 통합의 실마리를 찾는 뜨거운 책이라고 합니다. 6월 21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북토크와 저자 사인회도 열린다고 기회 놓치지 말아요! >자세히 보기
-
싱어송라이터 정민아 회원이 운영하는 스페이스 거북이에서 6월 14일, 시와 X 박혜리 공연이 열립니다. [들여다보고 안아주는 노래]의 시와, [서성이던 기록들]의 박혜리. 2025년 나란히 베스트 앨범을 발매한 두 뮤지션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 정민아님도 게스트로 출연합니다~
일시: 6월 14일 (토) 저녁 5시 장소: 스페이스거북이 >자세히 보기
|
|
|
소소하지만 괜찮은 시도들,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작은 정보와 노하우들을 공유합니다 |
|
|
영화 <K-넘버> 관람 후기
_글 김동진(여성주의 교육연구소 '페페' 운영중)
세상에는 재미있다고 평할 수 없는 종류의 영화가 있는 것 같다. 재미 없어서가 아니라 그 영화의 무게 때문에. 사실 관심 가져본 적이 없는 주제라 처음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는 그저 2014년 <자, 이제 댄스타임>이란 영화를 감명깊게 보았고, 강사 형편에 사비를 털어 대학원 강의실에서 공동체 상영을 하기까지 했던, 그래서 조세영 감독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는 관객일 뿐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입양인에 관한 영화가 나에게 처음은 아니었다. 2016년 개봉했던 영화 <트윈스터즈>는 어릴 때 서로 다른 국가로 입양되었던 쌍둥이 자매가 20대 초반에 sns에서 우연히 서로를 발견한 이야기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표현한 데에는 감독의 발랄함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 <K-넘버>는 무거운 주제를 대놓고 무겁게 가져간다. 아니, 사실 카메라를 통해 입양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니 그 삶의 무게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아동과 그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폭력이 폭력이란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7,80년대에 해외입양되었던 당시 ‘입양아’들은 이제 성장하여 ‘입양인’이란 이름으로, 이 영화를 통해 내게 왔다.
"한국사람들은 우리가 돌아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 앞에서 나 역시 할 말을 잃었다.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잘 모르는 일이라는 핑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국가는 폭력적이었으며 허술했고 기록은 없거나 조작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오카는 과연 친부모를 찾을 수 있을까. 단지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연민의 마음으로 연대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이 영화에 등장한 인물들의 삶이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내게 다가온 이 무게감을 함께 느끼고 기억하면 좋겠다.
K-넘버_다큐멘터리_116분_연출 조세영_2025 >> 상영정보 보기
|
|
|
___
회원 님의 소식을 전해주세요
일/작업/일상 뭐든, 함께 나누고 싶은 소식이나 새로운 시도가 있다면 아래 링크로 자랑해주세요. 다음 호 뉴스레터 '내소식 공유' 코너에 공유할게요! |
|
|
틈틈이의 세 작업자 오솔 하리 짱아가 줌마네와 틈틈이의 근황을 일지형태로 공유합니다 |
|
|
0512 월 틈틈이 공부방 손뜨개 수업 첫날. 네잎클로버를 떴다. 작년 손뜨개 모임 때 사슬코도 못뜨던 하리가 안내자가 되었다.
0516 금 금요음악다방 오픈하는 날인데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내림. 루시드폴의 ‘그대 손으로’가 흐른다. 비오니까 공간분위기는 더 좋네. 화양연화 ost를 들으며 연우김밥에서 사온 김밥 두 줄을 저녁으로 먹었다.
0519 월 날씨 흐림. 책상 창가에 거미줄과 나뭇잎 청소.
0520 화 다이소에 들러 내일 한끼모임 때 쓸 식기와 수저 구입. 캠핑용 그릇인데 잘 산듯. 화한의원에서 쑥뜸도 떴다.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춥다 더웠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음.
0521 수 김치가 만든 고추장찌개와 고추절임, 묵은지 볶음, 나물, 전으로 상을 차려서 열 댓명이 함께 먹었다. 오랜만에 박사도 만났다. 짱아가 텃밭 수확물을 가져와서 나눠주고 갔다.
0522 목 목요글쓰기 두 번째 날. 매일 쓰는 사람이 되는 법을 안내하고 있다.
0526 월 손뜨개 수업에서 꽃책갈피를 떴다. 뜨개질하면서 수다도 떨었다.
0528 수 낮에 바람이 다녀갔다. 마침 공부방 현수막이 도착해서 하리랑 셋이 벽에 걸었다. 수요노래교실은 인기강좌로 자리잡고 있음.
0529 목 요즘, 단골 초등학생 손님이 매일 틈틈이에 들러 간식을 가져간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오기 시작했는데 이제 초3이다. 목요글쓰기 3회차. 갈색 머그컵을 묘사하는 글을 썼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노트’도 낭송했다. 4회차 마무리하는 날엔 각자의 글 모음집 만들어오기를 과제로 냈다. 참가자 중 한 사람은 몰입해서 자기 삶을 바라보며 찬찬히 묘사하고 있는 중이다. 다들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0530 금 사전투표를 했다.
0602 월 공부방 현수막을 열심히 살피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은 들어와서 물어보고 책을 펼쳐보며 머물다 가는 사람도 있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 중에 ‘뭐하는 곳인지 무척 궁금했어요’. ‘한번 들어와보고 싶었어요’. 공부방 4회차 1회기를 하면서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연결되었다.
0603 화 화분을 내놓고, 환기하고, 뒷마당 나뭇잎을 쓸고, 입구에 시원한 물을 뿌리고 나서 일을 시작한다. 화요명상 4회차 수업. 동그랗게 모여 앉아 후기나눔을 했다. 맥주도 한 캔씩 마셨다.
0604 수 대통령이 바뀌었다. 오늘도 틈틈이에 도착해서 바로 화분을 내놓고 환기하고 화병의 물을 갈고, 뒷마당 나뭇잎을 쓸고, 작업을 했다. |
|
|
0512 월 아침 일찍 아버지 보러 병원에 갔다가, 화정역으로 강의를 갔다가, 저녁에는 손뜨개 수업을 했다. 하루가 긴듯 짧다. 매일 뜨개질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
0513 화 화요명상 시작. 마음이라는 게 뭔지. 알아차림이란 게 뭔지.
0516 금 엄청난 비바람을 뚫고 금요음악다방에 한사람이 왔다. 남자 손뜨개 수강생 분인데, 온김에 손뜨개를 배우려다가, 매듭 트라우마를 넘지 못하고 명상으로 넘어가셨다.
0520 화 한컷영상다이어리 상영회. 조각을 이어붙였을 뿐인데, 참 아름답다. 다 그 사람 답다.
0529 목 집에서 한시간반 거리의 향동포레 요양병원. 아버지 입주 3주차. 삼시세끼 꼬박 식사를 하니 집에서보다 얼굴은 더 좋아지셨다. 걸을 수 있으면 집에 갈 수 있다는데도, 왜 안 걸으려 하실까?
0602 월 손뜨개 마지막 날. 병아리인형 뜨기였는데, 함께한 친구는 부리 모양을 바꿔 오리를 만들었다. 소소한 기쁨이 있는, 마음가는 대로의 창작시간.
0604 수 밤사이 섬망증세가 나타난 아버지로 인해 같은 병실 간병인과 환자들이 한숨도 못잤단다. 아이고, 이게 뭔일이야.
0605 목 글쓰기 마지막날. 각자의 글을 돌아가며 낭독하는데, 글 속의 장면들이 계속 펼쳐지는 듯하다. 자기다운 글에 목소리가 입혀지면, 바로 그 사람이 되는구나. 나도 글쓰고 싶다. |
|
|
0510 토 새벽 5시반 고양시 덕양구청 앞. 동네 요가동아리 도반들과 함께 전북 장수 강똥 집으로 출발. 강똥은 내가 나답게 공존할 수 있는 극히 드문 남자 어른이다.
0511 일 요즘 예능보다 재미있는 뉴스시청 후 일찍 취침.
0512 월 am 6시 40분 행신역. 오늘은 기차타고 공주로. 노트북과 태블릿을 들고 출장가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나는, 빨간장화와 농사모자가 담긴 가방을 들고 앉아 있다. 내 돈으로 기차 타고 얼굴도 모르는 남의 밭을 일구러 가는, 어찌 보면 참 이상한 일이 지금 막 내가 진입한 퍼머컬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근데 오늘은 어떤 간식을 주시려나? 아 배고파!
0513 화 언니와 별별밭. 감자 4종이 꽤나 실하게 자라고 있다.
0515 목 아이고 삭신이야. 안식 휴가 중인데 왜 이리 바쁘지?
0521 수 아침에 작은밭에 가서 쌈채소를 수확해 틈틈이 한끼모임에 갔다. 좋아하는 요리작업자 김치의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음식을 먹으며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뜻밖의 얼굴, 조금 낯선 새로운 얼굴들을 만났다. 밥먹으며 작가 박사와 금강경 읽기모임 이야기를 하다가 선과 불선, 욕망과 서원의 차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0523 금 바야흐로 채소들의 계절이다.어제까지만 해도 어수룩하고 귀엽던 채소들이 나날이 폭풍성장 중.
0524 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퍼포먼스를 관람했다. 장애, 나이듦.. 취약한 몸들에 관한. 나는 ’포기‘라는 말에 꽂혔다. 인생의 파도 속에서 취약한 몸들이 포기해야 했던 것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것. 포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50대 중반의 나이에 제대로 농사짓겠다고 나선 나는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몸의 한계를 온몸으로 느낀다. 그런 몸이 또 나를 다독인다.
0527 수 주문했던 매트리스가 왔다. 이로써 약 한달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 우리집 일인일방 시스템이 완성됐다.
0529 목 주민센터에 가서 사전투표를 했다.
0530 금 혜몽이 찬우물 작은밭에 놀러 왔다. 그것도 망원동에서 행신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단한 도시락을 먹고 그새 또 쑥쑥 자란 딜과 고수, 먹을 만하게 튼실해진 셀러리, 아스파라거스와 대파 등등등을 수확했다. 때마침 밭에 온 현명을 만나 현명의 아름다운 밭 구경에 노랑비트, 참외 모종까지 얻는 행운을 누렸다.
0603 화 백련산 산뽀 중. 오랜만에 산뽀라 그런가. 하늘과 바람과 햇빛 모두 좋다. 이제 오늘밤 선거 결과만 좋으면 되겠군.
0606 금 강화도에 있는 6개의 밭을 투어하는 날. 옛날에 줌마네에서 남의집 꽃구경을 했었는데 요즘은 남의밭 구경 중. 버스에서 정원사 보리와 또문의 유이를 만났다. 밭은 농부를 쏙 빼닮아 있었고 6곳 밭 중에 5곳의 주인이 여자였다.
|
|
|
___
줌마네는 여성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서적 성장과 자립, 연대와 서로돌봄을 위한 비영리 네트워킹 플랫폼입니다. 여성 작업자들이 협업하여 2001년부터 글쓰기, 창작수업, 영상워크숍, 산책학교, 집담회,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하고 있으며, 2023년 6월부터 성산동에 공유작업실 틈틈이를 열어 오솔, 짱아, 하리 세 명의 작업자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줌마네 정기회원이 되면 줌마네와 틈틈이의 모든 프로그램을 회원가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매월 뉴스레터를 통해 줌마네와 회원들의 소식을 공유받고 나의 소식도 전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을 위한 소모임 및 연간 네트워킹 파티에 초대됩니다.
줌마네 뉴스레터 6월호 어떠셨나요?
회원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뉴스레터를 보고 느낀 감상, 좋았던 기사, 내가 전하고 싶은 소식, 추가해주면 좋을 아이디어 무엇이든 좋습니다. 이야기 나눠 주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