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틈이 되어준 어떤 순간, 장소,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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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서비스
부재중 전화다. 최*화 씨다. 올해 초에도 사무실로 문자가 왔었다. 나인 척 하지 않고 답장을 보냈었다. 통화 가능한 시간이 되니 저녁이다. 그래도 전화를 걸어본다.
“어쩐 일이에요? 잘 지냈어요?”
“울림은 안 하는 거예요? 그냥 오시면 안 돼요?”
2023년부터 서울시에서는 양육가정지원사업으로 서울형 가사서비스라는 복지서비스를 출시했다. 울림은 2024년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2025년 사업엔 여러 이유로 참여를 못하고 말았다. 최*화 씨는 내가 방문했던 가정이다. 다행이 3월부터 셋째주 목요일에 생협회의가 생기면서, 다른 서비스를 월 2회로 변경하고 서울형 가사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4월엔 24일이 첫 방문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으로 들어서며, 잠시 멈칫한다. 왼쪽 방엔 아이들 옷과 엄마 옷이 발디딜 틈 없이 쌓여 있고, 오른쪽은 그림책과 아이 옷, 놀잇감, 머리카락이 방까지 이어져 있다. 고개를 내밀어 들여다본 방은 인형들이 모두 꺼내져 있고, 개다 만 빨래와 그림책과 종이들이 흩어져 있다. 식탁 위와 싱크대는 여느 때처럼 두 아이를 먹인 흔적과 그릇, 재료, 일회용 그릇들로 가득하다. 눈이 마주쳤다. “무슨 일 있었어요?”
감정이란 내가 시킨 적도 없는데, 불쑥불쑥 올라오며 나를 당황시킨다. 어렵다는 하소연을 들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미소가 번진다. 겉으로는 함께 안타까워하면서도 말이다. 안타깝지만, 미소도 번진다. ‘내가 필요했군…’ 하면서 말이다.
2024년 처음 시작했던 가사서비스라는 일.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제공자가 부족해서 직접 하게 되었다. “엄마가 청소를 해?” 나의 전문성을 의심받았다. 쓸고 닦고, 반짝반짝하게 하는 일에 관심이 없던 나. 하지만 내가 믿는 건 ‘일’을 하는 나다. ‘일’이면 ‘잘’하는 나.
하소연을 한참 듣고, 내년에는 우리도 꼭 참여하겠다고 말하며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한다. 내(우리)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기관)과 비교해서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들뜬 마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가 말한다. “우리 내년에는 꼭 해야 돼!!”
글 고은주 / 해바라기
마포에서 20년 넘게 협동조합 일을 하며 살았고, 지금은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에서 지역돌봄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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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다운 삶을 일구는 여자들의 공간을 찾아가는 집 여행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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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_김혜련의 상주집
올해 자발적 안식년을 갖겠다고 마음 먹은 후 나는 가야지, 가봐야지 했던 벗들의 거처를 찾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혜련 언니 집 마당의 꽃들이 3월 말에 절정이라는 말과, 경미가 김천에 집을 얻어 살고 있다는 소식에 신나게 일정을 잡았는데 탄핵정국과 산불, 혜련 언니의 독감으로 연기되었다. 윤석렬도 가고, 산불도 꺼지고, 언니의 감기도 지나갔다. 개운한 심정으로 4월 말, 기차표를 끊었다. 4월 29일 오전 강의를 마치고 배낭을 메고 서울역으로 갔다. 한시간 반 만에 김천구미역 도착. 마중 나온 경미 차를 타고 혜련 언니네 상주집으로 출발했다.
상주 혜련 언니네 집 마당엔 크고 단단한 분홍 봉우리를 머금은 작약과 상추와 아스파라거스, 이름모를(분명히 언니가 알려줬지만 기억이 안 나는) 채소들이 바람에 몸을 흔들며 초록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언니의 오랜 벗 이선생님이 내려주신 녹차를 마셨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왔다. 손으로 짜맞춰 만들었다는 집안의 나무 가구들, 경미의 한없이 느긋한 목소리, 한 달에 두 번 공부모임에서 만난다는 두 사람의 동선, 차를 따르는 손길, 정성스러운 움직임들이 집안의 공기를 채웠다. 67세 혜련 언니는 이 집에 도착하기까지 서른아홉 번의 이사를 했다고 한다.
밤운전이 힘들어서 해 떨어지기 전에 이동해야 한다는 경미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미의 김천 집에서 샤브샤브 한상차림 저녁을 먹고, 집앞 천변을 걸으며 시간여행을 했다. 경미와 나는 둘이서 한 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둘 다 이십대였다. 우리가 여성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을 때, 이혼 직후 대학원에 들어온 30대 중반 혜련 언니는 온몸과 영혼으로 자기를 탐구하고 직면하며 질문하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20대 후반의 나는 봉인해 놓은 상처가 드러날까 봐 끙끙거리며 버티고 있었고, 경미는 강인하고 부드럽게, 사랑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태도로 자신을 돌보고 우리를 곁에 머물게 해줬다.
천변을 걸으며 내가 “나 그때 상처를 끌어안고 끙끙대며 쿨한 척 하는 걸로 버티고 있었다”고 하자, 혜련 언니와 경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래서 그랬구나” 했다. 경미가 “그런데 나는 너 무척 좋아했데이” 하며 싱긋 웃었다. 맨날 뚱한 얼굴로 앉아 있는 나를 옆에 붙어 있게 해준 두 사람. 그날 경미 집에서 단잠을 잤다.
다음날, 문경새재를 걷다 고즈넉한 정자에 기대어 앉아 명상을 했다. 혜련 언니네 상주집으로 갔더니 이선생님이 곱게 차려낸 점심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약불에 두 시간 천천히 끓여낸 보드라운 전복과 갓지은 잡곡밥에 심심하고 깊은 국물의 소고기 육개장, 텃밭의 나물들과 생채소가 가득했다. 나와 언니와 경미, 함께한 이선생님은 서로의 기억들과 지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밥을 먹었다. 언니의 깊고 푸른 거처에서 마주한 밥상. 도망치지 않고 계속 가야 할 길을 찾아 걷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마주 앉아 나눈 따뜻한 밥 한끼.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뒷마당이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방에 들어가 선잠에 들었다 깼다 하며 누워 있었다. 밖에선 달그락 달그락 설거지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늦은 오후, 집을 나서는 길에 언니가 텃밭에서 작약을 뿌리째 한송이 잘 떠서 흙과 함께 담아 줬다. 베란다 해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둔 작약 화분은 잘 크고 있다. 언니가 톡으로, 잘 키우면 내년엔 여러 송이 더 꽃을 피울 거라고 했다.
언니들의 집에 다녀온 후 나는 전주영화제에 가서 피칭을 했다. 준비중인 차기작 펀딩을 받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쉽게도 상을 받지는 못했다. 영화 만드는 일을 하면서 수없이 많이 떨어지고 다시 기획안을 내고 하는 일들을 반복해 왔는데, 떨어질 때는 많이 아프고, 한동안 기운이 떨어지고 상태가 안 좋아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풀이 죽거나 한숨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허리가 곧게 펴지고 단전에 힘이 단단하게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지금 60 초입에 생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상주 김혜련의 집에서 수많은 좌절과 곤경을 거쳐 ‘지금의 집’에 도착한 사람의 풍경에 머물며, 작약처럼 단단하고 아름다운 에너지를 나누고 받았다.
글_이숙경/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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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틈틈이 공부방
5월 12일, 줌마네에서 새롭게 준비한 일상예술인문 프로그램 <틈틈이 공부방>이 개강합니다. 무리하지 않으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익히는 시간. 두 영화감독과 음악가 1인, 명상가 2인이 안내자가 되어 매일의 수업을 열고 닫습니다. 금요일 저녁 오픈데이엔 작업자들의 플레이리스트와 작은 플리마켓, 다방커피가 있는 ‘다방’을 열어요. 마감되는 수업들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신청을 서둘러주세요:) > 문의 010-6688-1109 > 참가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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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큘럼]
■ 월요 손뜨개
05.12 ~ 06.02 (월, 4회) PM 7:30~9:00 with 영화감독 김혜정(하리)
■ 화요 명상 (*마감 임박)
05.13 ~ 06.03 (화, 4회) PM 7:30~9:00 with 명상가+장애통합인권운동가 송경선(달님)
■ 수요 노래교실 (*신청 마감)
05.14 ~ 06. 04 (수, 4회) PM 7:30~9:00 with 싱어송라이터 이주영
■ 목요 글쓰기 (*마감 임박)
05.15 ~ 06.05 (목, 4회) PM7:30~9:00 with 영화감독 이숙경(오솔)
■ 금요 음악다방 (*오픈하우스)
05.16 ~ 06.06 (금, 4회) PM 5:00~9:00 *금요일 저녁에 열리는 다방+마켓
■ 토요 싱잉볼
05.17 ~ 06.07 (토, 4회) AM 11:00-12:30 with 싱잉볼명상 안내자 최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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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한컷 영상 다이어리 상영회
5월 20일 화요일 오전 10시, 틈틈이에서 ‘한컷 영상 다이어리 상영회’가 열립니다. 4월 8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 달간, 영상 워크숍을 함께한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멤버들이 매일매일 영상으로 포착한 '오후 3시’의 기록들을 모았어요.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시선에 어떤 장면들이 담겨 이야기가 될지 상영회에서 만나보아요.
일시: 5월 20일 화 오전 10시-12시 / 장소: 틈틈이(마포구 성산동 2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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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틈틈이 한끼모임
지난 20여 년간 줌마네에서는 여자들이 함께 둘러앉아 밥을 나눠 먹으며 서로를 돌보고 지지하는 시간들을 보내 왔는데요. 가정집 같은 방바닥과 부엌은 사라졌어도, 정다운 밥모임은 이어집니다! 지난해 줌마네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동네 숨은 요리고수 김치 님이 맛깔스런 봄나물 밥상을 준비해 준다고 하는데요. 지리산 제철밥상 장인에게 직접 사사받은 수제자이자, 직접 담가 숙성한 된장과 간장으로 만든 음식을 틈틈이 나눠 주시는 보배로운 분입니다. 먹을 때마다 감동! 어머 이건 같이 나눠야 돼! 이런 마음으로 한끼 모임을 열게 되었어요. 5월 21일 수요일, 첫 밥모임이 열립니다. 오랜만에 만나 맛난 음식 나누며 즐거운 담소 나눠요.
일시: 5월 21일 수 오후 12시-2시 / 장소: 틈틈이(마포구 성산동 246-10)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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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민들레) 회원이 이끄미로 참여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독서 클럽 ‘페북살롱’에서 5월모임을 열어요. '페미니스트, 가족, 퀴어' 주제로 함께 읽을 책은 <다크룸>입니다! <백래시>의 저자 수전 팔루디가 70대에 트랜스 여성이 된 아버지에 관해 쓴 회고록이라고 하는데요. 가정의 달 5월에 읽기에 딱 좋은 책, 같이 읽어요.
일시: 5월 15, 29, 6월 12일 (격주 목요일) 오후 8시~9시 30분 /장소: 온라인 줌(zoom) >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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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네와 틈틈이 회원들이 직접 보내온 일상의 소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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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활동가 지수의 '예비할머니 프로젝트'
“내 바람은 너네랑 같은 동네 사는 살머니가 되는 거야.” 2025년 4월부터 마포여성동행센터의 “내가 하고 말지” 모임 지원 사업을 통해 “예비할머니”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이듦과 주거불안을 고민하는 여성 청년들이 월 1회 만나 다양한 주거, 돌봄, 가족관계를 알아보며 생활공동체를 상상하고 실천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주거 문제와 생활 공동체에 관한 대안적 실천에 관심있는 청년 여성 20여 명이 모였다. 첫 모임에서 우리는 가족구성권에 관한 책<가족신분사회>를 읽었고, 다가오는 5월에는 <우리 나이드는 존재>를 읽으며 나이듦과 주거와 돌봄 관계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6월에는 틈틈이에서 모임을 열며 줌마네 발간 책 <살만한 집>을 함께 읽는다. 우리는 정말 어떻게 나이들까? 어디에 누구와 상호돌봄 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을까? 함께 미래를 상상하고 계획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하고 싶다고 기꺼이 품을 낸 20여 명의 여자들과 어디 한번 답도 내어보고, 모르겠으니 더 많은 질문을 만들어보기도 할 테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는 우리의 연결들 속에서, 우리의 바람은 조금씩 현실이 되어갈 것이라 생각하며 줌마네와 함께 모임을 이어가본다. 어서 오세요, 예비할머니들! >>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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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님의 소식을 전해주세요
일/작업/일상 뭐든, 함께 나누고 싶은 소식이나 새로운 시도가 있다면 아래 링크로 자랑해주세요. 다음 호 뉴스레터 '내소식 공유' 코너에 공유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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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의 세 작업자 오솔 하리 짱아가 줌마네와 틈틈이의 근황을 일지형태로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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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5화 요즘 매일 화분들을 틈틈이 문앞에 내놓는다. 바람에 잎들이 파르르 흔들리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나무 화분 아래 몇 포기 돋아난 사랑초에 꽃망울이 맺혔다. 피려나 했는데 오늘 한 송이가 폈다.
0418금 오전에 명상하고 저녁엔 요가를 했다.
0422화 오전 수업에 ‘필사’를 하게 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사각사각 연필로 쓰는 소리. 미동없이 써내려가는 모습들. 수업 후엔 전주 피칭준비와 트레일러 나레이션 녹음을 했다.
0423수 밤에 집에서 트레일러 나레이션 녹음을 몇 번 더 했다. 할수록 감상적이 되네.
0427일 오후 2시 틈틈이 시네마. 일요일 오후에 만석 상영회였다. 첫방문 동네사람들이 몇 분 있었고, 한컷영상 수업참가자들이 많이 왔다. 영화의 배경인 미국 패터슨 시의 동네 폭포수에 직접 가봤다는 분이 있었다. 그 분은 월요일 손뜨개수업도 신청했다.
0429화~0430수 상주 혜련 언니네, 김천 굉미네 다녀옴.
0503토~0507수 전주국제영화제 넥스트 에디션 피칭행사 참여. 초반 기획과정인데 전주에서 피칭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몹시 기쁘고 힘이 났다. 오래 멈췄던 작업을 다시 시작했는데 이런 신호가 오다니.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해 피칭을 했고, 지원을 받는 시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변곡점’을 지나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귀인들도 여럿 만났고.
하리와 매일 전주천변과 골목길을 걸었다. 마지막날 밤엔 소주도 한잔 하면서 작업과 영화, 그리고 아프신 구순의 아버지(들),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에 관해, 이런 저런 농담도 하며 허술하고 긴 대화를 나눴다.
0508목 전주에서 돌아오니 틈틈이 화분들은 조금씩 자라 있었고, 난초는 꽃을 활짝 피웠다. 2층 심마가 돌봐준 덕이다. 그랑땡이랑 머물며 책도 보고, 잘 사용했다고 한다. 낮에 선배 언니가 다니러 왔다. 언니가 준비중인 작은 행사 기획안을 살펴드렸다. 많이 덜어내고 언니가 하고 싶은 것 하나에 집중하는 것으로 함께 정리했다. 틈틈이에 들어왔을 때보다 얼굴이 더 환해져서 가셨으니 다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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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토 요새 한컷영상다이어리 단톡방엔 멤버들이 과제로 쓴 묘사글이 매일 올라온다. 메모장에 나도 오늘의 묘사글을 써본다.
“임플란트 29만원 이하로 가능합니다” 하루종일 반복되는 유튜브 소리. 현관엔 어디선가 주워온 듯 낯선 남자백구두 한켤레. 싱크대엔 비빔면 봉지. 냉장고 속엔 아침 배민으로 주문한 고등어구이 반마리. 토요일 오후, 우중산책에서 돌아오니 집안은 아버지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0423 장염에 걸렸다. 화한의원에서 왕뜸을 뜨고, 망원역 근처 새로 생긴 내과를 갔다가 약이 듣질 않아 단골 내과에 다시 갔다.
0425금 초록이 넘실대는 바람부는 봄날. 미야케 쇼의 영화 ‘나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를 보았다. 근데 청춘이 아니라서인가, 공감은 잘 안 되네.
0426토 오랜만에 양희와 만나 영화 ‘콘클라베’를 보고, 걷고, 틈틈이에 들러 차한잔을 하고, 근처 양꼬치집에서 맥주 한잔 했다. 이런 시간 오랜만이네.
0427일 ‘패터슨’ 상영회. 오랜만에 틈틈이가 북적북적하다.
0430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올해 90세가 된 아버지는 스스로 화장실 갈 힘을 내지 못하게 되었다.
0501목 주민등록증상 생일. 스타벅스 생일쿠폰으로 커피를 마셨다.
0502금 의사와의 면담. 아버지는 신장 주변에 생긴 염증 외에는 다행히 큰 이상은 없으시단다. 당분간은 면회금지 중환자실 신세.
0503토 전주에 왔다. 오솔과 준비하는 다큐 ‘그여자들의집’이 내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피칭을 한다. 하루 일찍 와서 숙소가 걱정이었는데, 전북여성영화제 김형선님이 흔쾌히 거처를 빌려주셔서 저수지가 보이는 집에서 하루를 편히 쉴 수 있었다. 키위는 다섯 시간 버스를 타고 응원을 와 주었다. 고마운 사람들.
0504일 피칭 전 마지막 준비로 네잎클로버를 떠서 오솔 재킷에 달았다. 오늘 하루 잘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발표는 오솔이 하는데 왜 이리 떨리는지.
0505월 생애 처음 해보는 영화제 비즈니스 미팅 후, 남은 일정에 영화를 두 편 보았다. 내용과 스타일 모두 좋았던 ‘비상’이라는 영화.
0507수 이른 아침 기차표를 구해 서울 도착. 오자마자 병원에서 사설응급차를 타고 오빠네 집 근처 요양병원으로. 이곳이 아버지의 제2의 집이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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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목 언니와 꾸리고 있는 복지리 ‘별별밭’ 작업 5주차. 밭 주변 방치된 나무들을 덮친 넝쿨줄기를 걷어내다 말고는 언니가 소리친다. “규정아! 나 아무래도 육체노동 체질인가 봐. 별로 안 힘들어 ㅎㅎ”
0422화 이게 뭔가 했더니 통신호위반 통지서였다. 범칙금이 무려 56,000원. 복지리 별별밭 오가다 일어난 일이었다. 안식월 이후 반백수답게 긴축재정 중인데 이런...!
0423수 솔직히 요즘은 머리 속에 밭 생각밖에 없다.
0426토 강화에서 모종장 열리는 날. 궁금해서 안 되겠어서 요가모임 끝나자마자 강화로 출발. 장터에서 줌마네 오랜 지인이자 수락산에서 파머컬처 공동체 밭을 일구는 유이, 부천에서 함께 일하던 박순희 관장님을 만났다. 요즘 멋진 여자들은 강화도로 다 모이는 듯.
0501목 이른 아침 짐을 챙겨 경강선 전철을 타고 신둔도예촌역이라는 긴 이름의 역에서 내렸다. 오늘은 게릴라 삽질단이 모여 파머컬처 공동체 밭인 이촌 랑랑텃밭을 함께 만드는 날. 서울경기, 충청, 강원, 제주에서 모인 스무 명쯤 되는 삽질단이 총출동했다. 하루종일 쏟아지는 빗속에서 삽질을 하고 또 하고. 모종과 나무를 심고 또 심고. 이촌 쌀로 만든 쑥떡이며 막걸리, 비빔밥까지 맛있는 것들을 먹고 또 먹고. 너무 알찬 하루.
0503토 파머컬처 디자인 수업 다섯 번째. 지난 달에 만들어 놓은 밭에 다년초 허브와 나물들, 땅을 살리고 벌과 나비를 불러 열매맺기를 돕는 꽃들을 왕창 심었다.
0504일-0505월 어버이날 주간을 맞아 음성 박용녀 여사와 수유리 오정자 여사 댁 방문.
0506화 오랜만에 산뽀뽀 4인방이 뭉친 날. 이번엔 산 대신 궁에 왔다. 역시 창경궁은 아름다운 초록. 식물원 건너편에서 고기맛이 나서 수라상에 올렸다는 능개승마 나물을 발견했다. 예전엔 봐도 몰랐겠지ㅎ. 집에 오는 길에 고양시 나무시장에 가서 처음으로 나무를 샀다. 내년 봄 시골 밭에 하얀 울타리를 만들 조팝나무 한 단.
0507수 컴프리, 야로우, 비밤, 세인트 존스 워트 ... 등등. 밭을 살리는 파머컬처의 요정풀들을 구하러 유이네 수락밭에 왔다. 유이 절친이자 줌마네 이웃인 요가쌤 시원도 동행. 셋이 아름다운 숲밭과 먹거리밭을 구경하고 풀을 뜯어 나물비비밥을 해먹은 후, 유이가 모종을 채취해 줬다. 덤으로 맛있는 삼잎국화 나물과 삼동대파도 한아름 얻어 왔다.
0508목 심고 심고 또 심는 계절. 어버이날 언니와 나는 밭으로 향했다. 옥수수, 호박, 토마토, 가지, 열매 채소와 수세미, 동부콩, 어제 구한 10여 종의 풀과 나물, 한련화, 해바라기, 삼색제비꽃 같은 꽃들, 내 밭에서 떠 온 민트와 카모마일. 그리고 지인이 준 꼬마 복분자나무와 조팝나무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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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네는 여성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서적 성장과 자립, 연대와 서로돌봄을 위한 비영리 네트워킹 플랫폼입니다. 여성 작업자들이 협업하여 2001년부터 글쓰기, 창작수업, 영상워크숍, 산책학교, 집담회,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하고 있으며, 2023년 6월부터 성산동에 공유작업실 틈틈이를 열어 오솔, 짱아, 하리 세 명의 작업자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줌마네 정기회원이 되면 줌마네와 틈틈이의 모든 프로그램을 회원가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매월 뉴스레터를 통해 줌마네와 회원들의 소식을 공유받고 나의 소식도 전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을 위한 소모임 및 연간 네트워킹 파티에 초대됩니다.
줌마네 뉴스레터 5월호 어떠셨나요?
회원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뉴스레터를 보고 느낀 감상, 좋았던 기사, 내가 전하고 싶은 소식, 추가해주면 좋을 아이디어 무엇이든 좋습니다. 이야기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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