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틈애서 돋아난 소소하지만 괜찮은 시도들을 배달합니다 줌마네와 틈틈이 맴버들의 소소하지만 괜찮은 시도들을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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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 쑤기
오랜만에 짱아입니다! 저는 지금 냉동실에서 꺼내 온 투명상자 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상자 안에는 누르스름한 색의 보드라운 가루가 위생봉지에 쌓인 채 담겨있고, 봉지엔 ‘할망해방일지’라는 보라색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지난 연말 다녀온 제주 선흘리에서 덜컥 사들고 온, 마을 할망이 한톨 한톨 주워 직접 만드셨다는 귀하디귀한 도토리 가루. 처음엔 주변 요리고수들에게 선물할까 했지만, 선물이라는 이름의 일거리 하나를 안겨주는 것 같아 망설이다 벌써 두 달이 지나버렸습니다.
오래전 도토리묵을 한번 쑤어본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물과 도토리 가루를 고루 섞어 뭉근한 불에 끓이며 ‘계속 저어주다’ '적당한 농도'가 되면 용기에 담아 식히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묵을 저어주던 팔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 묵은 생각보다 맛이 없었습니다. 국산 도토리 100% 묵인데 왜 푸석하지? 알고보니 탱글탱글 맛있는 도토리묵 쑤기의 비법은 ‘가능한 오래 젓기, 지루해도 계속 젓기’ 지금이다 싶은 순간을 기다리며 ‘끝까지 젓기’.
처음엔 별거 아닌 것 같은 도토리묵 쑤기는 묵 가루가 끓을수록 점점 더 힘든 노동이 됩니다. 점도와 농도가 높아진 묵의 무게를 버티며 저어야 하거든요. 팔도 아프고 얼른 결과를 보고 싶은 마음에 ‘이제 그만해도 되겠지?’ 멈추었던 그때는 ‘때’가 아니었다는 걸 묵을 식혀서 썰어보고는 알았죠. 주변에 나눠줄 사람도 마땅치 않아, 그 많은 묵을 혼자 먹다가 결국은 조금 남겨서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눠 먹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탈인걸요. 묵만 잘 쑤어진다면! 손톱만 한 열매들을 한톨 한톨 주워서 고이 말린 선흘리 할망의 시간과 손길이, 엄마 상수리나무에서 태어나 뽀오얀 가루가 된 수많은 도토리들의 삶이, 그리고 함께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젓고저으며 묵을 쑨 나 자신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모두들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망설이는 저에게 상자 속 도토리들이 속삭입니다. ‘이번엔 끝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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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의 세 작업자 오솔 하리 짱아가 줌마네와 틈틈이의 근황을 일지형태로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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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수 2024 아이폰 건강기록을 보니 작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13105보를 걸었다는 것.
0107화 불광천 새절역까지 걷고 돌아오는 길에 디카페인 라떼를 한 잔 마셨다.
0111토 작은방 소파에 앉아 뜨거운 두유라떼를 한모금씩 마신다. 작은 창밖 나뭇가지와 하늘을 보며 fm 93.1mhz를 듣는 토요일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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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1화 여자 셋과 우이령을 걸었다. 장흥 일영쪽 북한산 진입로에서 출발, 우이동 쪽으로 내려왔다. 초반 오르막 이후엔 평지 둘레길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데크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들을 만났다. 친구가 삶은 계란을 주었고 나는 물을 따라줬다.
0126일 밤늦은 시각까지 봄봄파티 준비회의
0129수 구정연휴. 새해선물로 빅토르에리쎄 감독의 1973년 영화 <벌집의 정령>을 봤다.
0131금 틈틈이 야근 후 하리와 까페 필담에서 차를 마셨다. 2025년에는 짧은 여행들을 종종 해야겠다. 2월에는 정동진 3월엔 구미 4월엔 상주에 가려고 한다.
0203월 해방촌서점에서 겨울밤 낭독모임. 시인이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날리며 들어와 문장들을 읽고 갔다.
0206목 김치가 틈틈이에 밥상을 차려줘서 경미의 반찬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 나니 이제야 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온 느낌. 나 다시 여기로 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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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수 정동진. 일출을 보다. 너무 춥다.
0116목 올해는 영화찍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기쁜 소식을 기다리자.
0118토 합정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봤다. 혼자 영화 본 게 얼마만인지.
0131금 아…
0203월 이태원 고요서사에서 한달에 한번 열리는 황인숙 시인과의 낭독모임에 갔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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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수 빨간 날. 반갑다.
0105일 강북구 수유리 오정자 여사 댁 방문. 나와 딱 30세 차이나는 엄마는 만 84세 뱀띠다.
0106월 아침 열시. 춘천가는 기차 안. 가서 뭘하지? 생각하다 숙소근처에서 걸어갈 수 있는 요가원과 피아노 연습실을 검색했다.
0108수 아침 여덟 시. 올겨울 최저기온이라고. 꽁꽁 싸매고 공지천을 걸어 옆동네 서울우유 대리점 2층에 있는 ‘정요가’에 다녀왔다. 오는길에 대농마트에서 김치를 샀다.
0109목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내가 왜 춘천에 왔나 생각해보니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던 듯.
0109금 중학교 동창 연경과 태옥이 온다. 걸어서 남춘천 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0112일 대학로 아르코극장으로. <벼개가 된 사나히>- 국극을 소재로 소리와 마임을 연상시키는 동작들과 낭독이 어우러진 연극을 봤다.
0113월 다시 사무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생전처음 기부금영수증 신고라는 걸 했다.
0124금 극한직업 체험 같았던 지난 4개월의 시간이 일단락 되어간다.
0128화 눈이 오고오고 또 온다. 시골 어머니댁 입구 언덕길에서 차 바퀴가 헛돌았다. 그래도 새해는 오고. 새날이 밝는다.
0131금 에취! 감기가 오려나.
0206목 점심에 동네회원 '김치'가 틈틈이로 와 밥상을 차려줬다. 그 밥을 먹은 네 사람 얼굴이 보름 달처럼 환해졌다.
0207금 9시 뉴스보다 혼잣말. 그러게요 ‘뭐! 저런 OO이 다 있나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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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프로그램 소식과 줌마네 회원 소식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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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틈틈이 봄봄파티] 봄맞이 에너지 충전하러 오세요~
푸릇푸릇 새봄의 기운이 차오르고 있을 2월의 셋째주 토요일, 틈틈이에서 '봄봄파티'를 엽니다. 짧고굵고 알찬 회원총회를 시작으로 따뜻한 양송이 수프와 비건 빵, 에너지 충전 근황토크, 오하짱의 삼인삼색 프리마켓을 준비중입니다. 총회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들은 누구나 참석 가능. 지인 초대 대환영. 와서 몸과 마음의 에너지 채우고 가세요. 더보기
일시: 2월 22일 (토) 오후 2시- 5시
장소: 틈틈이(마포구 성산동 246-10, 1층)
참가비: 무료 문의: 틈틈이 인스타 tmtmie DM / 02-333-2279
[틈틈이 시네마] 2월 영화특강 '에세이와 다큐 사이'
한 달에 한 번 영화로 만나는 ‘틈틈이 시네마’, 2월에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혜림 프로그래머와 함께하는 에세이다큐 특강으로 준비했습니다. 아녜스 바르다와 크리스 마커부터 국내의 다큐멘터리 작품들까지, 다채로운 영화적 실험과 스토리텔링의 세계를 탐험하며 숨은 보석 같은 영화들을 발견하는 시간이에요. 더보기
일시: 2월 12일(수) 오전 10시
장소: 틈틈이(마포구 성산동 246-10)
참가비: 2만원 (줌마네 회원 및 울림두레돌봄사협 조합원 무료) 정원: 12명(선착순 마감)
[돌봄과 연결을 위한 활력충전 워크숍] W 울림두레돌봄사협
2024년에 '한 컷 영상다이어리' 워크숍으로 첫 인연을 맺은 울림두레돌봄센터 멤버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을 엽니다. 재충전과 후일도모를 위한 두 번의 강좌와 한 번의 엠티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틈틈이의 영상다이어리 워크숍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일시: 2월 12일(수)~24일(월)
장소: 틈틈이& 안녕 정동진
기획/실행: 줌마네X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후원: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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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상주에서 김혜련 회원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지역에서 함께 책읽고 글쓰는 열 다섯 여자들의 리얼 로컬 라이프를 담은 책 <촌촌여전>(상주함께걷는여성들 기획, 곽경미 외 14명 저, 지식의 편집)을 발간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다양한 경로와 관심사로 상주에 터를 잡게 된 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게 되는 책 입니다. 2월 15일 상주시립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도 연다고 하네요. 근처 사는 지인들 있으면 적극 추천해 주세요. 더보기
- 지난 2월 6일, 김치(조영선) 회원이 틈틈이에 보배로운 밥상을 차려주었습니다.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배추 된장국과 버섯차돌박이솥밥, 강릉에서 온 월동초 나물과 수박무, 지리산 정기를 담은 김장김치 그리고 환상적인 양념장까지! 모임을 주최한 경미님이 무말랭이와 쥐포무침을 더해주어 더욱 풍성한 밥상이었는데요. 지난 가을 틈틈이 집쓰기워크숍을 계기로 줌마네 회원으로 합류한 김치님은 지리산에서 한식 제철음식 대가에게 사사받은 요리 고수랍니다. 김치의 다음 밥상은 언제 열릴까요?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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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님의 소식도 전해주세요
일/작업/일상 뭐든, 함께 나누고 싶은 소식이나 새로운 시도가 있으면 아래 링크로 자랑해주세요. 다음 호 뉴스레터에 공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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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네는 여성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서적 성장과 자립, 연대와 서로돌봄을 위한 비영리 네트워킹 플랫폼입니다. 여성 작업자들이 협업하여 2001년부터 글쓰기, 창작수업, 영상워크숍, 산책학교, 집담회,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하고 있으며, 2023년 6월부터 성산동에 공유작업실 틈틈이를 열어 오솔, 짱아, 하리 세 명의 작업자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줌마네 정기회원이 되면 줌마네와 틈틈이의 모든 프로그램을 회원가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매월 뉴스레터를 통해 줌마네와 회원들의 소식을 공유받고 나의 소식도 전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을 위한 소모임 및 연간 네트워킹 파티에 초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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